2  Date : 2007-09-17   Hit : 385
 Subject  <영문학1>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사랑 -예이츠 편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사랑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세상에 태어나서 알아야 할 것은 오직 이것뿐
술잔을 들고 그대를 보고 한숨짓노라>

아일랜드의 유명한 시인, 예이츠의 시 '술노래'이다. 예이츠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T.S. 엘리어트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시인이다. '나 이제 일어나가리라...'로 시작되는 '이니스프리의 호도'라는 그의 시는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실려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서정시인으로 유명한 예이츠는 사실 어느 시도 따라오지 못할 만한 기가막힌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가히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그런 사랑으로, 그럼 이제부터 그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풀어 놓겠다.

주인공은 내성적이고 심약한 시인 예이츠. 상대는 당대를 풍미하던 아리따운 연극배우로 이름은 '모드건'이라는 아가씨였다. 이 아가씨가 얼굴만 예쁘고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의식도 있어서, 요즘말로 하자면 열혈 '운동권' 아가씨였다. 당시는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한창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시기.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우리나라의 80년대처럼 운동권이 안 되면 어딘가 주눅이 들어서 살아야 하는 그런 어지러운 세상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예이츠는 모드건이라는 아가씨를 보고 그야말로 한눈에 반해버렸다. 심약하기 짝이 없고 시밖에 모르는 그가 그때부터 어디에 홀렸는지, 과감하게 용기를 내서 줄기차게 그녀를 쫒아다니면서 구애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도 온통 사랑타령이고... 거의 상사병에 걸려서 그 여자 이외에는 세상에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없는 그런 경지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데....

하지만 치열한 운동권 아가씨인 모드건에게 이 나약한 문학청년이 눈에 찰 리가 없다. 그녀는 예이츠의 그 애타는 구애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씩씩한 운동권 사나이, 아일랜드의 유명한 독립운동가 죤 맥브라이드와 화끈하게 결혼을 해 버렸다. 물론 예이츠는 죽고싶을 만큼 절망해 버렸다. 그런데 시대가 워낙 파란만장한 만큼, 얘기가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드건의 남편, 이 열혈 운동가가 그만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하다가 덜컥 잡혀 들어가서 사형을 당하고 만 것이다. 꿈에 그리던 그녀가 소위 말하는 미망인이 된 것인데...

이때다 싶은 예이츠는 또 그녀를 찾아가서 다시 진지하게 프로포즈를 했다. 하지만 무정한 그녀는 이때도 또 냉정하게 거절을 하고 말았다. 혼자 사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예이츠는 그때부터 쓰라린 짝사랑의 독신생활을 고수한다. 그리고 그 슬픈 짝사랑은 그녀가 낳은 딸이 다 자라서 처녀가 될 때까지 계속된다.

불쌍한 예이츠는 이제 꿩 대신 닭이라고 그녀를 꼭 닮은 그 딸에게 다시 구혼을 한다. 하지만 딸내미조차 그 어미를 닮았는지 돌아온 대답은 역시 차가운 '노'였다.
그러다 보니 이 여인 2대에게 모진 실연을 당하느라고 예이츠의 그 아름다운 청춘은 다 가버리고, 이제 50줄에 들어선 중늙은이가 되고 말았다. 그때까지 예이츠는 물론 독신이었고, 그리고 정말 희귀하게도 그녀를 위하여 동정을 지킨 명실상부한 숫총각이었다.

그 뒤의 이야기? 여기까지는 실화인데 그 뒤는 그저 소문이다. 늙고 지친 모드건이 평생에 딱 한번, 그 끈질긴 정성에 감복해서 뜨거운 밤을 허락했대나 뭐래나...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또 그녀가 그처럼 냉정하게 예이츠의 사랑을 거절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예이츠의 그 주옥같은 사랑의 시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만일 그녀가 그의 구애를 일찌감치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환상이 걷힌 현실의 여인을 보면서 아무리 천하에 없는 천재 시인이라고 해도 그런 아름다운 시심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그러니 어찌 말하자면 예이츠는 시를 위해 인생을 희생해 버린 셈이다.......

<언제나 상냥한 사람이 어제 이렇게 말했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머리가 하얗고 여기저기
눈 언저리 작은 기미도 생깁니다.
시간과 함께 분별해서 소유하기 쉽게 익숙해지는 것이지요
단지 지금은 무리입니다. 그러기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뿐."

마음으로 외친다. "소용없다,
나에겐 한 조각 아니 한 알의 위로도 소용 없다.
시간과 함께 그녀의 미는 새롭게 고쳐질 뿐,
그녀에게 두드러지게 훌륭한 기품이 있기 때문에,
주위에 돋구어진 불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서
맑게 타오를 뿐. 아! 이런 것이 아니었다.
야성미 넘치는 여름이 저 눈동자에 번뜩이고 있었던 때는."

아, 마음이여! 마음이여! 그녀가 머리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위로 받는다는 것의 어리석음을 알 수 있구나.>

--- 예이츠 <위로 받는 것의 어리석음> 전문